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QA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할까.

처음에는 단순한 고민이었다. AI가 테스트 케이스를 만들고 문서를 정리하고 자동화 코드를 작성하고 분석까지 해준다면, QA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동화를 더 잘해야 할까, 개발을 더 잘해야 할까, AI를 더 잘 다뤄야 할까.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질문을 붙잡고 있을수록 방향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어야 할 것은 QA가 어떤 기술을 더 배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QA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였다.

QA가 존재하는 이유

QA로 일하다 보면 테스트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게 된다. 기능이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결함을 찾고, 릴리즈 리스크를 줄이고, 회귀 테스트를 자동화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모두 방법이다. 근본을 따져보면 QA가 하는 일의 목적은 하나로 좁혀진다. 팀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도록 돕는 것.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테스트가 필요하면 테스트를 하면 된다. 자동화가 더 효과적이면 자동화를 만들면 된다. 개발자가 직접 검증하는 편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면, 개발자가 스스로 검증하도록 기준과 환경을 만드는 쪽이 더 나은 QA 활동일 수 있다. AI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은 AI에게 넘기면 된다.

관건은 QA가 어떤 일을 계속 쥐고 있느냐가 아니라, 팀의 결과물 품질을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AI 시대가 오히려 흥미로운 이유

AI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역할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 기획자가 AI와 함께 초안을 만들고, 개발자가 자연어로 코드를 짜고, QA가 코드를 작성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역할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내 업무가 무엇인가’보다 ‘우리 팀에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QA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건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인데”, “이건 기획 단계라 QA가 볼 필요는 없지”, “테스트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하고 역할의 경계를 기준으로 움직이기보다, 이 결정이 나중에 품질 문제를 만들지 않는지, 지금 확인하면 더 싸게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 팀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먼저 따지는 편이 낫다.

AI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은 더 많이 판단하게 된다

AI는 기획 초안을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 케이스를 생성하고, 리뷰 의견까지 제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기만 하는 건 아니다. 직접 만드는 일은 줄어들어도,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는 일은 오히려 늘어난다.

AI가 만든 기획이 정말 원하는 방향인지, AI가 작성한 코드가 단순히 동작하는 것을 넘어 팀의 기준에 맞는지, 놓친 영향 범위는 없는지, 지금 이 결과물을 출시해도 되는지를 누군가는 판단해야 한다. AI가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판단은 사람에게 더 자주 돌아온다. “그래서, 이게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으로.

나는 여기서 QA가 해온 일의 본질과 다시 만난다.

QA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QA라는 직무가 앞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검증은 개발자에게 넘어가고, 어떤 검증은 AI가 자동으로 하고, 새로운 품질 관련 역할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QA가 지녀온 관점이다. 당연해 보이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놓친 조건을 찾고, 결과물만 보지 않고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까지 보고, 팀이 반복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태도다. 이 태도는 AI 시대의 QA에게 더 중요해진다.

QA는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이 무엇을 신뢰해도 되는지 계속 질문하는 사람이다. 가능하다면 그 질문을 사람이 매번 반복하지 않도록 기준과 시스템으로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앞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은 것

이 고민을 정리하면서 세 가지 원칙이 남았다.

검증 우선 문제가 다 만들어진 뒤 확인하는 것보다, 중요한 판단이 일어나는 순간에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는 설계되어야 한다 “이 사람이 잘하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에만 의존하지 않고, 왜 이 결과를 신뢰해도 되는지 설명해주는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품질은 팀 전체의 기능이다 품질은 QA만의 일이 아니다. 기획자도,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QA도, 그리고 앞으로는 AI도 함께 만든다. QA의 역할 역시 모든 품질 활동을 직접 떠맡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필요한 품질 활동이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이 연재는 “앞으로 QA는 이렇게 바뀔 것이다”라고 정답을 말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 다만 AI로 업무 방식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 내가 어떤 기준으로 QA 일을 할 것인지는 한 번 또렷하게 정리해둬야겠다고 느꼈다.

기술은 계속 바뀐다. 지금 중요해 보이는 도구도 몇 년 뒤에는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유행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지 아는 쪽이 중요하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AI 시대의 QA와 품질을 두고 품어온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할 수 있다면 이 생각도 검증받고 싶다. 다른 QA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발자와 기획자는 QA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AI가 코드를 더 잘 짜게 될수록, 왜 검증은 더 중요해질까?